<신의 위대한 질문>
악보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 악보를 어떻게 해석해 연주해낼지는 연주자의 선택과 역량이듯이, 이 세계의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주어진 삶을 어떻게 영위할지는 개인의 선택일 테다.
배철현 교수님은 재직 시절 <성서와 기독교 사상의 이해>라는 수업을 해마다 1학기에 여셨었다. 그 수업을 꼭 듣고 싶었는데 결국 기회를 놓쳤고, 이 책으로 대신하고자 했다. 그것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이 책을 다 읽었다. 일주일 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이면 진작 읽을걸.
근래 나의 사상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결국 저자가 구약 성서에서 읽어내는 바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신을 본떠 만든, 신의 DNA가 내재된 생명체이며,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한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고, 그렇게 생긴 침묵의 소리를 들어 신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섭리, 각인해두었던 방향(신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더불어, 거룩한 것은 곧 다름(히브리어로 kadosh는 거룩과 다름이라는 뜻을 가진다.)이기 때문에, 타인, 그리고 다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을 신이자 성장의 기회 - 받아들임으로써 - 으로 보아야 한다.
얼핏 보면 현대 개신교에서 전파하는 내용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이라면 저 내용들이 얼마나 도발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어떤 목사님이 저렇게 설교를 했다면 이단으로 분류됐을 것이다. 하지만 경전의 인문학적 해석이야말로 내가 필요로 하던 것이고, 저자의 깊은 통찰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저자는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행동 양식"으로 규정한다. 신의 섭리를 듣고, 그렇게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것. 이 책을 읽은 뒤 내가 취하고 있는 행동은 다음과 같다: 명상하기, 기부하기, 타인에게 조금 더 친절한 사람이 되기.
25살 이후로는 개신교의 교리에 의거해 신을 믿지는 않았고, 아마 그 교리를 믿는 일은 평생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신은 존재하며, 영적인 강건함 역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악보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 악보를 어떻게 해석해 연주해낼지는 연주자의 선택과 역량이듯이, 이 세계의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주어진 삶을 어떻게 영위할지는 개인의 선택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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