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어떤 공포와 죽음이 너무나도 쉽게 타자화될 때면, 신이 현현하지 않는 이 세상이 바로 경전이 말하는 지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때, 이곳에 살고 있다는 걸 곱씹다 보면 게슈탈트 붕괴 현상 마냥 아득해지곤 한다. 1,000km 바깥에 누군가 산다는 걸, 1,000년 전에 누군가 살았다는 걸 꼼꼼히 따져보며 제대로 이해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인간의 시선은 협소하고,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세상을 넘어 현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인간은 지극히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누군가는 전쟁의 참화 속에 울부짖고 있을 때, 누군가는 이로 인해 내일 열릴 유가증권시장의 지수가 어떻게 될지를 더 궁금해한다. 그들에게 전쟁 소식은 호재 또는 악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죽음을 각오한 의지와 결사가 정치적 선전의 수단이 되어버린다. 물론 죽어가는 모든 생명에 대해 연민하고 연대할 수는 없다.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위선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공포와 죽음이 너무나도 쉽게 타자화될 때면, 신을 믿음에도 불구하고, 신이 현현하지 않는 이 세상이 바로 경전이 말하는 지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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