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 주최 다양성 관련 도서 추천사 수상작 ('21)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Photo credit: Damien Paeng

얼핏 보면 물리학 전공 서적인가 싶은 제목을 가진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다양한 인물의 내면이 세밀하게 서술된 열 편의 단편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인물들은 각각 크고 작은 결핍을 가진 채로 등장합니다. 누군가는 개인적인 콤플렉스를 지녔고, 또 누군가는 사회적인 차별을 받습니다. 앤드루 포터는 따뜻하지만 결코 온정주의적이지 않고, 담백하지만 절대 비어있지 않은 시선으로 그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 현실을 훑어냅니다. 이런 시선에 동화된 뒤에 찾아오는 것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도, 가슴속에 타오르는 열정도 아닌, 우리 앞에 놓인 무시할 수 없는 차갑고 냉담한 현실에 대한 시린 성찰입니다.

치밀하게 수놓아진 내밀한 감정선에 이끌려 나와 타인 사이에 존재하는 심연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인물들의 결핍, 또 가치관은 결코 독자 개개인과 똑같을 수 없기에, 심지어 어떤 인물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른 사람이기에 이 심연은 깊어 보이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내면에 들어가 보다시피 한 독자는 이런 인물들을 선과 악, 옳음과 그름 등의 단순한 이분법적 틀에 가둘 수 없음을 이내 깨닫게 됩니다. 그들을 안아주지는 못할지라도, 그들 각각을 그 모습 그대로 오롯이 바라보게 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개개인이 각자의 맥락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계속해서 자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양성의 문제는 결국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어떻게 서로에게 다가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나와 타인 사이에 놓인 깊은 골은 물론 무섭습니다. 하지만 용기 있게 한 발 한 발 내딛는다면, 그 심연을 넘어 언젠가 그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그 한 걸음의 맹아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