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물리학에 기반을 둔 시간의 실재에 관한 탐구.
원제(<The Order of Time>)를 직역하면 <시간의 질서>쯤 되는 이 책에서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소극적 주장을 넘어, 시간이란 건 도대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적극적인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온 우주를 가로지르는 동시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은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다른 속도로 흐른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시간은 관점 의존적이다. 여기까지는 쉽게 동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간', 곧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다. 물리학의 기초 방정식들은 시간의 방향을 전제하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만이 시간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이때, 우리는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계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이를 시간의 흐름이라고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 엔트로피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특정한 계에 국한되는 것일 뿐이다.
그가 전달한 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시간의 객관적 실재를 거부하는 이와 같은 논증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