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투 노멀(N2N)>
<넥스트 투 노멀>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존재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극이다. 또는, 무엇이 존재하며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지 생각하게끔 하는 극이다.

형이상학 첫 시간에 비존재의 역설에 관해 배운다. 비존재의 역설은 다음과 같다. '유니콘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부정 존재 진술 S가 있다면, S는 분명 유니콘에 관한 것이고, 그렇다면 유니콘은 있다. 흘끔 봤을 때는 궤변처럼 보이는 이 역설에 대해 좋은 답을 내놓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렇듯,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넥스트 투 노멀>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존재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극이다. 또는, 무엇이 존재하며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지 생각하게끔 하는 극이다. 다이애나가 좇는 게이브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분명 이 세상에 현현한다. 다이애나 눈 뒤의 공포를 파먹으며. 다이애나가 가진 정신병은 사적 감각이라는 차원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또 어떻게 존재하는지 언어적으로 확정하기 어렵지만, 분명 굿맨 가족을 미치게 만들고 있다. 많은 것들이 그렇다. 나탈리를 향한 다이애나의 사랑, 댄을 향한 다이애나의 마음, 떠오르지 않는 기억, 집 안의 빛까지.
좋았던 점은 셀 수 없이 많다. 일단 세션 사운드가 너무 훌륭했다. 광림아트센터 BBCH 음향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중년 배우 둘이서 극을 이끌어나가는 점 역시 좋았다. 연극을 오래 했던 형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이 든 사람치고 연기 못하는 사람 없다고. 남경주 배우와 최정원 배우에게서 모두 연륜과 초연 경험이 묻어 나왔다. 인물의 서사가 하나하나 모두 이해된다는 것도 좋았다. 관극 많이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 극 잘 없다.
아쉬운 점도 있다. 1막이 너무 인상적이라, 2막이 조금 지루하고 힘이 없는 인상이 든다. 근데 이건 내가 아웃라이어인 걸 수도 있다. <넥스트 투 노멀>은 정신병을 다루는 극인만큼 굉장히 감정적인 극이고, 그 해소에 있어 청중의 감정적 동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2막의 방향성이 될 텐데, 나는 관극할 때 그런 유의 동요를 크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보면서 계속 다른 페어로도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관극을 마치자마자 댄, 다이애나, 나탈리 역을 바꿔 예매했다. '회전문'을 돌 가치가 있는 극이다.
"행복만을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살아있어야 행복해" - <빛> 中
"아픔은 삶의 일부, 느끼기 위한 대가" - <빛> 中
"모서린 깎아내며 맞추면 돼" - <완벽한 짝> 中
"보여줘요, 숨은 진실들을. 고통과 상실 받아들여요, 아물 때가 더 아린 법" - <명확한 생각을 찾아요 / 나 떨어져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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