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쉬울지 몰라도 사랑하는 건 쉽지 않다.
'좋아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 사이에는 미묘한 틈이 있다. 그 틈에 웅크리고 있는 그 무언가를 포착하기 위해 한참을 천착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흔할지언정 저마다 특별한 그 표현을 함부로 재단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로지 나 자신을 의심하며 해체해보아야 했다.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는 좋아한다는 말의 그것보다 두세 번 정도 더 망설여야 할 만큼 무거웠다.
책임의 무게. 내게 있어 사랑한다는 말은 선언이었다.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닌, 뱉기 전에 머뭇댈 수밖에 없는 일종의 약속. 당신이 내 전부라는, 그렇기에 다른 어떤 것보다 당신을 한 번 더 웃게 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나의 중심에 세우고, 내게 중요한 것보다 상대의 미소를 더 중요히 여기는 마음은 단순한 호감과는 사뭇 다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쉬울지 몰라도 사랑하는 건 쉽지 않다.
두 주체가 만나 서로 사랑한다는 건 난도 높은 시험을 함께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 5분만이라도 온전히 서로가 서로의 전부가 될 수 있을까? 함께 수능 만점을 받기가 차라리 더 쉬울지 모른다. "사랑이란 이 노래보다도 짧"다는 이석원의 탄식은 과언이 아니다. (언니네 이발관 - <누구나 아는 비밀> 中)
다만 "바로 지금 ... 여기 이곳"에 나의 전부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이 의미 있을 뿐이다. 설령 먼 훗날 그 전부가 흩어 없어진대도. 서로가 서로의 전부가 아니었던 오랜 옛날이 있다 하더라도. 사랑이란 오직 현재와만 어우러지는 그 무엇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