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무한히 가지 쳐 나가는 가능성의 세계 중 실현되는 세계는 단 하나다. 결국, 우리가 도달하는 세계는 어느 사소한 것 하나라도 틀어졌다면 실현되지 않았을 아주 유일한 세계다.
나조차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 입 밖으로 나올 때가 있다. 한 달 반 전쯤에 그런 일이 있었다.
오래도록 어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왔다. 나의 20대는 사실상 염원의 시간이었다. 신을 믿을 때에는 신에게 간구했다. '임재하는 신은 있을 수 없다'는 지금의 가설은 구함에도 주지 않는 그를 원망했던 그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다림은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바라온 바로 그것과 마주치기를 기다리며 뻗으면 쥘 수 있던 수많은 다른 기회를 흘려보냈고, 속절없이 시간은 지나갔다. 이 얘기를 듣던 상대방이 내게 물었다. 그 기회가, 또 그 시간이 아깝거나 아쉽지는 않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