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Founder Mode> by Paul Graham
회사를 운영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방법이 존재합니다: 창업자 모드(founder mode)와 관리자 모드(manager mode)입니다. 관리자는 할 수 없지만 창업자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번역] <Founder Mode> by Paul Graham](/content/images/size/w1200/2024/09/PaulGraham.jpg)
Y Combinator(이하 YC)의 Paul Graham이 <Founder Mode>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직전의 YC 이벤트에서 Airbnb의 창업자이자 CEO인 Brian Chesky가 한 강연의 내용에 기반을 둔 이 글은 삽시간에 업계를 달궜다.
Airbnb의 문화가 특이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나름 매니저의(x5) 매니저가 Brian Chesky이기도 해서 이 글을 번역해 봤다. 마지막에 Founder Mode 조직에서 일하는 자로서 짧은 생각도 덧붙였다.
번역
의역이 있다. 인물과 회사 이름은 번역하지 않았다. 강조는 나의 것.
지난주 YC 행사에서 Brian Chesky는 그곳에 있던 모든 참석자가 기억할 강연을 했습니다. 행사 후에 저와 이야기를 나눈 대부분의 창업자는 자신이 들어본 강연 중 최고라고 했습니다. Ron Conway는 생애 처음으로 메모하는 것을 잊었습니다. 여기서 그 강연을 재현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그 강연이 던진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Brian의 강연 주제는 '규모가 더 큰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Airbnb가 성장하면서, 선의로 무장한 사람들이 회사를 확장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특정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들의 조언을 낙관적으로 요약하자면, "유능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그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라"입니다. Brian은 이 조언을 따랐고,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Steve Jobs가 Apple을 운영한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현재까지 그 방법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Airbnb의 잉여현금흐름 마진은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이 행사에는 우리의 가장 성공적인 투자를 만들어낸 창업자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그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운영 방식에 대한 동일한 내용의 조언을 받았는데, 그 조언이 회사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회사에 해를 끼쳤다고 합니다.
왜 모두가 이 창업자들에게 잘못된 조언을 했을까요? 그것이 저에게는 큰 의문이었습니다. 잠시 생각한 후 그 답을 찾았습니다: 그들이 들은 조언은 자신이 창업하지 않은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 즉 단지 전문 관리자(professional manager)로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운영 방법은 덜 효과적이고, 창업자들은 이 방법에는 고장 난 부분이 있다고 느낍니다. 관리자는 할 수 없지만 창업자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창업자들은 그런 일들을 하지 않을 때 뭔가 잘못됐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회사를 운영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방법이 존재합니다: 창업자 모드(founder mode)와 관리자 모드(manager mode)입니다. 지금까지는, 심지어 실리콘 밸리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조차 스타트업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관리자 모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드를 시도해 본 창업자들의 경악과, 그들이 그 모드에서 벗어나는 데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다른 모드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게끔 합니다.
제가 아는 한 창업자 모드에 대한 책은 없습니다. 경영 대학원(business school)은 이것의 존재를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각각의 창업자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며 시도해 본 실험들만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 이제 그것을 탐색해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후에는 창업자 모드가 관리자 모드만큼 잘 이해되기를 바랍니다. 이미 둘 사이의 몇 가지 차이점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관리자들이 회사 운영을 배우는 방식은 조직도상의 하위 조직들을 블랙박스(내부 설계 구조나 작동 원리를 모르는 상태)처럼 취급한다는 면에서 모듈식 설계와 비슷합니다. 직접 보고를 주고받는 직원들에게만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하고, 그것을 어떻게 할지는 그들이 찾아내도록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그 세부적인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관여는 곧 마이크로매니징(micromanaging)이며, 나쁜 것입니다.
유능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그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라. 이렇게 설명하면 아주 훌륭하게만 들리지 않나요? 그러나 실제로는, 창업자들이 말하는 바로는, 이는 자주 다음과 같은 진의를 가지는 것으로 밝혀집니다: 전문적인 사기꾼들을 고용하고 그들이 회사를 땅에 때려 박게 두어라.
Brian의 강연 및 이후에 있던 창업자들과의 대화에서 공히 포착한 하나의 주제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창업자들은 관리자처럼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실제로 그렇게 회사를 운영할 때 그들이 관리하는 인원들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과 의견을 달리할 때,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기본적인 가정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드문 예외 중 하나가 바로 이 경우입니다. 창업자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은 창업자들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C-레벨 임원이라는 사람들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능숙한 거짓말쟁이들이 더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석 1)
창업자 모드의 구성 요소가 무엇이든, CEO가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인원들과만 소통하며 회사에 관여해야 한다는 원칙은 깨질 것이 분명합니다. "Skip-level(중간 단계를 건너뛰는)" 미팅이 따로 이름을 붙일 만큼 드문 관행이 아니라 일반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이 제약만 버리면 선택의 여지가 무궁무진하게 많아집니다.
예를 들어, Steve Jobs는 Apple에서 가장 중요한 100명을 대상으로 연례 워크샵을 열었습니다. 이들이 조직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100명인 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가 이런 행사를 열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의지가 필요할지 상상할 수 있습니까? 한편 이 같은 행사가 얼마나 유용할지도 상상해 보십시오. 큰 회사를 스타트업처럼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효과가 없었다면 Steve는 이런 연례 워크샵을 유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회사에서 이런 행사를 여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방법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창업자 모드에 대해 얼마나 조금 알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주석 2)
분명히 창업자들은 2,000명 규모의 회사를 20명일 때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위임이 필요할 것입니다. 자율성의 경계가 어디에 설정될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날카로울지는 회사마다 다를 것입니다. 심지어 같은 회사 내에서도 시간에 따라, 곧 관리자들이 얼만큼의 신임을 얻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창업자 모드는 관리자 모드보다 더 복잡할 텝니다. 그러나 그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각각의 창업자가 그 방식으로 나아가면서 얻은 성공 사례를 통해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창업자 모드에 대해 또 하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면, 여러 창업자가 이미 그 방식에 거의 도달해 있음을 알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기이하다거나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겠지만 말입니다. (주석 3)
우리가 창업자 모드에 대해 아직도 이렇게나 조금 알고 있다는 이 고무적인 사실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창업자들이 이미 이뤄낸 것을 보십시오. 그들은 잘못된 조언이라는 역풍을 맞으면서도 이것을 이루어냈습니다. John Sculley가 아닌 Steve Jobs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이 무엇을 해낼지 상상해 보십시오.
주석
- 이 말을 더 정치적으로 표현하자면, 경험 많은 C-레벨 임원들은 상사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 점에 대해 반박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만약 이런 연례 워크샵이 이미 완숙기에 접어든, 정치가 난무하는 회사에도 퍼진다면, 초대된 사람들이 조직도의 어디쯤 위치하는지를 통해 기업의 노쇠화 정도를 정량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또한, 덜 낙관적인 예측이 하나 더 있습니다. 창업자 모드라는 개념이 확립되자마자 사람들은 이를 오용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위임해야 할 일조차도 하지 못하는 창업자들이 창업자 모드를 핑계로 삼을 것입니다. 또는 창업자가 아닌 관리자들이 창업자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결심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적어도 모듈식 접근법은 무능한 CEO가 초래할 수 있는 피해를 제한할 수는 있습니다.
초안을 읽어주신 Brian Chesky, Patrick Collison, Ron Conway, Jessica Livingston, Elon Musk, Ryan Petersen, Harj Taggar, 그리고 Garry Tan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짧은 생각
<에어비앤비에서의 두 번째 회고>에서 밝혔듯, 난 '의인불용 용인불의 (疑人不用 用人不疑)'에 익숙하다. 이 정신이 깃든 조직이 올바른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내 매니저가 나를 믿고, 나도 내가 관리하는 인원들을 믿을 수 있는 조직에 속하기를 바란다.
기본적으로 이 글은 이와 반대되는 전제(예를 들면 "사람은 애당초 믿을 수 없는 존재다"), 또는 경영에서 이는 불가능하다는 전제(예를 들면 "C-레벨 임원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다")에서 출발한다.
대관절 인간이란 존재를 믿을 수 있는지, 대립하는 두 방향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Paul Graham이나 Brian Chesky가 말했다고 맞는 말이 되는 건 아니다. 고(故) 이병철 회장은 '의인불용 용인불의'를 외쳤다. 이 셋 사이의 우열을 객관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가? Steve Jobs까지 총 넷의 우열은?
다만 - 특히 직원으로서 - 이런 생각은 든다. 불신이 싹트면 침묵하게 되고, 침묵은 조직에 부채를 남긴다. 믿지 않는 조직은 병들어 간다. 관리자는 할 수 없되 창업자는 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다. 능력, 애정, 정당화 등의 측면에서. 다만, '전적인 신뢰'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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