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

살면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한 해.

2024년 회고
Photo credit: Damien Paeng

최신 편향의 영향이 있겠다마는, 2024년을 '살면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한 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싶다.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이 나의 내면과 외면 모두를 크게 바꾸었다.

2022년에는 '취업' 따위의 목표가 있었고 2023년에는 '인내심' 같은 주제가 있었다. 2024년은 그런 목표나 주제가 없었는데, 그 탓에 그리도 많은 변화가 나를 덮치고 또 꿰뚫었는지 모르겠다.

벽두부터 첫 직장 퇴사라는 큰 사건이 있었다. 오래 고민했지만 또 다소 충동적이었던 이 사건이 2024년의 방향을 틀어버렸다. 퇴사를 앞두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고 정리했다. 쉬는 시간 동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보며 보냈다. 점이 아니라 선을 봐야 함을 깨닫는, 그리고 그런 마음을 기르는 시간이었다. 10킬로그램 넘게 체중을 줄였고, 거의 매일 피아노를 치며 레퍼토리를 몇 곡 만들어냈다. 독서 습관도 나름 들이고 글도 꾸준히 썼다. 그러는 동안 격주로 만나 깊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들도 얻었다.

그러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게 됐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해 바로 이 블로그를 열었다. 다시 찾은 금전적 여유와 함께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첫 차도 사고 첫 10킬로미터 마라톤 완주도 해냈다. 끝내 살리지 못했지만, FastFailer를 살리기 위한 팀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어떤 개인적인 사건이 내가 가지고 있던 구원에 대한 생각을 재편하기도 했다.

10월 말에는 기다린 어떤 세계에 도달했고, 불을 손 안에 잘 간직하고 싶은 사람처럼 힘겨워했다. 부정하고 싶은 아비투스와 마주하는 일면 끔찍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고민과 함께 일 년이 마무리됐다.

2024년에 내게 있던 모든 변화는 어느 날 독서모임을 마치고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명균이 형이 내게 했던 말로 축약된다. "눈에 총기가 돌아왔다." 성인이 된 후로 줄곧 그랬지만, 특히 2022년 5월부터 2년 정도 간은 오직 침잠하기만 했다. 이제야 비로소 감았던 눈을 다시 뜨는 것 같은 기분이다.


거듭되는 변화 속에 끊임없는 배움이 있었다. 몇 년 뒤에 돌아봤을 때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만 따로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