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새로운 날씨, 새로운 언어, 새로운 사람들 사이로 던져 넣어야만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매일 글을 쓴다고 작가가 아니고, 작가라고 매일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어떤 직업을 가진다는 것과, 그 직업과 가장 연관된 활동을 매일, 또는 자주 한다는 것은 종종 은근히 이격되어 있다. 그렇기에 여행을 매일 한다고 여행가가 아니며, 여행가라고 늘 여행을 다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행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정의되는 걸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어디를 어떻게 갔다 왔을 때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여행을 마친 뒤 공항버스를 타고 서울대학교 정문 앞을 지나던 그때. 그새 계절이 바뀌어있었고, 정문 앞 공사가 시작됐었고, 햇빛의 산란이 조금 달라져있었다. 수없이 지나쳐왔던 그 길이 왠지 새롭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 길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진 것.
돌이켜 보면 그때 비로소 여행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여행이 나로 하여금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된 바로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