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
이를 꽉 물고 보게 만드는 영화. VFX 영화판에 독야청청하는 톰 크루즈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떤 영화는 체험이다. 처음 2D로 봤을 때도 이 영화는 체험이라고 느꼈는데, 4DX 2D로 보니 과장 조금 보태서 진짜 파일럿이 된 기분이었다. 2D랑 4DX 2D는 질적으로 다른 영화고, 안 본 사람은 4D 막차 타기를, 본 사람도 4D로 한 번 더 보기를 추천한다.
영화의 몰입감, 그리고 쾌감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다. 이를 꽉 물고 보게 만드는 영화라는 한 줄 평으로 대신하겠다. 너무 훌륭했던 상기의 부분들보다는, 내가 받아들인 이 영화의 이야기에 관해 말해보고자 한다.
<탑건: 매버릭>은 명징한 대립항을 가진다. 과거를 붙잡고 놓지 못하는 사람과 미래로 나아가자는 사람. 전자의 대표격으로 매버릭과 루스터가 있고, 후자의 대표격으로 아이스맨, 해군 소장 등이 있다. 이는 선과 악, 옳고 그름 등의 가치적 대립이 아니다. 그저 반대되는 두 속성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영화는 결국 과거에 묶인 사람들이 미래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자신 또는 타인과 화해를 이루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가 생긴다. 과거의 향수를 고취시키는, 구태여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며 촬영할 정도로 아날로그를 중시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미래로 나아가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 아이러니의 해소 가능성은 What과 Who의 상반에 있다. 중요한 건 What이 아니라 Who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모르고, 무엇을 함으로써 아빠가 되어줄 수 있는지 모를 때, 결국 답은 자기 자신이 변화하는 것에 있다. 드론의 대체 보다 파일럿의 존재를, 기기의 성능 보다 파일럿의 실력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이 맥락 안에 있는 것일 테다. 객체적인 것, 또는 물질적인 것 대신, 주체로서의 우리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전언.
따라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나타나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기에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생각은 본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사람이 될지 보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설계되었기에.
이때에 비로소 과거를 빌려오는 것과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구분된다. 그리고 "Maybe so, but not today"라고 말하는 매버릭이 결코 구태의연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영화 밖의 톰 크루즈도 마찬가지다. VFX 영화판에 독야청청하는 톰 크루즈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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