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와 함께한 미서부 로드 트립 2,500km

FSD가 되는 테슬라를 빌린 선택은 내가 약 25개국을 여행하며 했던 모든 선택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잘한 선택이었다.

테슬라 FSD와 함께한 미서부 로드 트립 2,500km
Photo credit: Damien Paeng

지난 10월 초, 약 열흘 동안 미국 서부 로드 트립을 다녀왔다. LA에서 시작해 라스 베가스, 앤텔로프 캐니언, 그랜드 캐니언,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거쳐 다시 LA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Photo credit: Google Maps

주요 거점 사이만 합쳐도 약 2,000km, 시내 관광이나 식사 등을 위해 이동한 거리를 다 합치면 2,500km 정도를 달린 대여정. 여행 끝자락에는 하루 만에 900km를 넘게 이동하기도 했다.

테슬라 FSD(Full Self Driving)가 없었다면 꽤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애초에 운전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낯선 길을 밤낮으로 휘젓고 다녔을 생각을 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FSD가 되는 테슬라를 빌린 선택은 내가 약 25개국을 여행하며 했던 모든 선택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잘한 선택이었다. 테슬라의 주가가 이해됐고 - 아직도 시장에 정보의 비대칭이 있다 믿는다 - , 10년 후의 도로가 궁금해졌다.


1. 2,500km 이동하는 동안 개입한 거리 = 100km 이하

버전이 조금 낮았는지, 일부 유튜브에서 증언하는 수준의 완전 무개입 운전이 가능하지는 않았다. 길을 헤매거나 차선 변경을 제때 못해 직접 운전대를 잡아 조정해 줘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 실내 주차장에는 차선이 따로 없다 보니 직접 운전을 해야 했다.

근데 그게 다였다. 위험한 순간은 아예 없었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테슬라에 운전을 전적으로 맡긴 채, 바깥 풍경을 즐기고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며 이동했다. 미국의 도로 환경을 아주 잘 아는 투명한 운전기사를 고용한 느낌이었다.

앞에 무슨 일이 있을 때 브레이크를 먼저 밟아주기는 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 내가 발견하지 못한 위험을 테슬라가 먼저 인식해 피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그마저의 개입도 없을 것 같다.

충전도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내가 탄 모델 3는 200~300km에 한 번씩 충전을 해줘야 했는데, 그 정도 거리를 달리고 나면 휴대전화도 보고 스트레칭도 하고 먹을 것도 먹고 화장실도 다녀와야 해서 딱히 충전을 기다린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2. 불편했던 점

그렇다고 불편한 점이 아예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최근 한국 FSD 영상을 보니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탄 버전에서는 가장 느리게 가는 모드에서조차 제한 속도에 딱 맞춰 운행됐다. 그러다 보니 커브나 밤길에서 불안함이 조금 있었다. 다른 차가 우리를 앞서 가도록 하기도 했다.

사막을 건너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시속 60마일이 넘어가면 전비가 떨어진다. 그걸 모르고 모하비 사막을 건너다가 도착 시 배터리 잔량이 18%, 17%, ..., 13%까지 뚝뚝 떨어질 때는 정말 두려웠다. 60마일에 딱 맞춰 운행하니 다행히 도착 시 잔량이 20%로 돌아와 별 탈 없이 여정을 마무리했다.

나쁘지 않다고는 했지만, 충전이 쉽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야밤에 공터 같은 곳에서 충전할 때는 조금 무서웠고, 충전이 병목이 되어 시간이나 동선에 제약이 있기도 했다. 반대로 수퍼차저를 이용하며 밥을 먹다가 벌금 내야 하는 시간이 거의 다 돼서 후다닥 나와야 했던 때도 있었다.

3. 미국에서 FSD 되는 테슬라 빌리기

미국에서 테슬라 FSD를 써보고 싶다면 Turo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동차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업자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나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총 9일을 빌렸다. 빌리는 데에만 $614 정도를 냈고, 선택 보험료로 $93를 냈다. 여행이 다 끝나고 충전비로 $165를 냈다.

어느 차를 빌리든 9일 정도 빌리는 데 $400 정도는 드는 것 같고, 기름값은 충전비랑 비슷하게 드는 것 같다. 그러면 열흘에 약 $200의 차이가 나는 건데, 운전자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 훨씬 덜 피로하다는 점, 그리고 FSD라는 기술을 경험한다는 것까지, 낼 가치가 충분히 있는 돈이라고 본다. 경험한 입장에서는 오히려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Turo에 올라와 있는 모든 테슬라에 FSD가 장착된 것은 아니다. FSD가 되는 차량은 대개 Extras의 Portable GPS 항목에 그 내용이 적혀있다. 다만 검색할 때 이를 필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LA에 갈 때 이 목록에 FSD 가능 차량을 몇 대 담아두었는데, 혹시 몰라 공유한다.


조금 더 생생하게 후기를 남기고 싶은데, 빠지는 구석 없이 너무 무난하게 운전을 잘해서 딱히 남길 말이 없다. 보라색 스파크도 좋지만, 얼른 테슬라 오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