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0번 넘게 봄을 맞이해봤는데도 봄은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 참 신기하다.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즐거움이 있었던가?

봄
Photo credit: Damien Paeng

어느덧 슬리퍼를 신어도 춥지 않은 계절이 왔다. 털레털레 걸어 나올 수 있는 즐거움에 나는 봄을 찍어 먹으려 청계천으로 향한다.

오늘도 봄은 새로웠다. 따사로운 햇살이 두툼한 외투 안에 스며들어 몸을 덥히는 것도, 조금 빠른 템포 위에 얹힌 아날로그 음색의 곡들을 찾게 되는 나의 마음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 꺼풀씩 벗어낸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도.

이미 20번 넘게 봄을 맞이해봤는데도 봄은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 참 신기하다.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즐거움이 있었던가? 짜파게티를 먹을 때의 그것만이 이와 비견되는 것 같다.

서울의 봄은 텁텁한 공기와 함께 온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면 석연치 않은 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삶의 증거처럼 느껴지곤 한다. 숨이 가빠 오는 건 숨을 쉬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다.​

앞으로 몇 번의 봄을 더 맞이하게 될까? 당장 이번이 마지막 봄치레일 수도 있다. 혹은 100번을 넘게 또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만날 수도, 어쩌면 기회가 닿아 늘 봄인 곳에 머무르게 될 수도 있을 테다.

그중 무엇이 되어도 왠지 상관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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