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파이더맨'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크나큰 감격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히어로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감격 중 하나였다.

전작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쿠키영상을 봤을 때부터 기다려왔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정체가 밝혀지고 살인 누명을 쓴 스파이더맨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너무 궁금했다. 영화 개봉이 다가오며 이전의 스파이더맨들이 출연한다는 떡밥이 나와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넓어진 외연에 비해 깊이는 부족했다. 이전의 스파이더맨들을 비롯하여 그 시절의 빌런들, 맷 머독, 베놈 등이 등장해 외연은 한없이 넓어졌다. 하지만 그에 비해 스파이더맨이 히어로로서 가지는 고뇌와 성찰의 깊이는 얕기 그지없었다.
영화 초중반까지 계속 '도대체 왜?'를 되뇔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문을 방해하는 걸까? 도대체 왜 빌런들을 풀어주는 거지? 도대체 왜 자신의 선택에 따라올 결과를 충분히 경고받았는데도 굳이 그 선택을 하는지? 물론 다정한 이웃이자 불살의 스파이더맨이라는 정체성,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점, 메이 숙모의 종용 등이 그 대답이 될 수는 있겠으나, 죽었다가 돌아와서 타노스랑 싸운 경험이 있음에도 여전히 충격적일 정도로 생각이 짧다고 밖에는 안 느껴졌다.
결말에 이르러 피터 파커는 자기 자신의 존재가 모두에게서 잊히는 선택을 하고, 자신 때문에 생긴 상처가 아물지 않은 MJ를 보며 MJ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를 포기한다. 결말에서 보이는 이러한 성장은 큰 도약 같아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다. 그간 그가 주변 사람과 온 우주를 위험에 빠뜨린 걸 생각하면, 이 정도 변화는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잊힘'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고 대단한 결심이지만, 결자해지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했던 게 아닐까?
오히려 노먼 오스본이 남긴,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라는 말이 더 인상 깊었다. 마냥 선의를 좇는 주인공에게 감화되기엔 너무 늙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파이더맨'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크나큰 감격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히어로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감격 중 하나였다. 네드가 연 포탈을 통해 걸어들어오는 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 엔드게임에서 포탈이 열리고 'on your left' 무전이 들릴 때도 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장면에서 정말 극장 전체가 들썩였다. 곧이어 등장하는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과 세 스파이더맨의 티키타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로 대변되는 스파이더맨의 숙명 등. 게다가 셋의 화려한 웹 스윙을 볼 수 있었던 최종 결투씬까지, 스파이더맨 영화를 좋아해온 사람이라면 흥분하고 감격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특히 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이 MJ를 구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은 어떤 특정한 감정으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그웬 스테이시가 죽었을 때 받았던 충격이 생각나기도 했고, 10년 전으로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닥터 옥토퍼스가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을 보며 "다 컸구나" 말하는 장면도 너무 좋았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극장을 나오며 바로 다음 회차로 또 볼까 싶었던 영화다. 실제로 예매까지 했다가 그래도 쓸 글 좀 쓰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취소했다. 고뇌의 깊이가 부족했다고 적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영화를 계기로 더욱 성장해나갈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이 기대가 된다. 두 번째 엔딩 크레딧으로 그 예고편이 공개된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도 정말 너무 기대된다. 조만간 또 보러 가야겠다.
이 글이 좋았다면 커피 한 잔 값으로 그 마음을 표현해 주세요.
작은 격려가 다음 글을 쓰는 이유가 되어 줍니다.
후원은 블로그 운영비를 제외하고 전액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