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球)

나는 종종 사람을 3차원 구로 생각해 보곤 한다. 이 구는 꽉 차있을 수 없다. 항상 빈 공간이 존재한다. 어떤 단면은 빈틈없이 차있지만, 또 어떤 단면은 거미줄 같은 모양을 한다.

구(球)

소설 속 인물들이 입체적일 때, 우리는 그 소설을 좋은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당연히도 현실 세계의 우리 모두가 입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사람을 3차원 구로 생각해 보곤 한다.

이 구는 꽉 차있을 수 없다. 항상 빈 공간이 존재한다. 어떤 단면은 빈틈없이 차있지만, 또 어떤 단면은 거미줄 같은 모양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우리가 움켜쥐는 것은 그들의 단면에 불과할 때가 많다. 또 그들도 우리의 어떤 한 단면만을 인상으로 가지고 간다. 회사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 동아리 면접, 소개팅, 심지어는 연인 관계까지도, 서로 보여주고 인식하는 모습이 입체적이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다양한 단면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솔직하게, 설령 내가 보여주는 단면이 텅 빈 부분이 많은 단면일지라도.

그러나 이것이 좋은 방식인지는 알 수 없다. 원의 개념까지밖에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 구를 갖다 주고 문제를 풀라고 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와 구는 그저 한 점에서 충돌하기에, 심연을 넘어 서로에게 가닿으려는 노력은 접어두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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