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온 대답>
이런 여행이라면 당장이라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맑은 공기를 뚫고 작열하는 햇빛 아래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장을 보아 파스타를 해먹는. 스쿠터를 타고 험준하며 황량한 산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오래 버려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나서보는.
책을 집필하기 시작할 때 참고삼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가 묵혀두게 된 책. 지난주 토요일에 라오스로 향하는 공항철도와 비행기에서 쭉 읽었다.
많은 이야기는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서기 위한 여정이다. 이 책 역시 그러했고, 자전적 소설과 여행기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사실에 기반을 둔 책이니 전적으로 후자겠지만, 저자의 소설적인 스토리텔링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여행보다는 글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 책이다. 무엇이 나를 통과해 다른 어떤 무엇이 되는가? 어떻게 해야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나의 경험을 잘 설명하는 비유(저자의 "강렬한 감정의 세례"라는 표현이 와닿아 이런 메모를 남겼다)는 뭐가 있을까? 평화 따위의 것 뒤에 숨어있는 모순은 무엇인가? 등.
인상적인 구절도 몇 있었다. "내 안의 어린 예술가는 어디로 갔는가? 아직 무사한 것일까?", "사람들을 감동시키든가 웃기든가, 아니면 유용한 정보를 줘라", "시칠리아에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혼자 상상해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 "그럴 때 여행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갈 데 모를 방랑이 아니라 ... 내면으로의 항해가 된다", "아름다운 것들을 오래 버려두면 안 된다", "사랑은 무엇이나 가능하게 한다. 돈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그리고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낸다."
여행을 너무 많이 다녀서 그런가 여행에 권태를 느끼고 있다. 일상이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여행이라면 당장이라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맑은 공기를 뚫고 작열하는 햇빛 아래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장을 보아 파스타를 해먹는. 스쿠터를 타고 험준하며 황량한 산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오래 버려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나서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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