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일상
다소 사변적인 성찰들.

미친 듯이 '그때 그 시간에 있는 것'을 탐닉한다. 대표적으로는 공연.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최유리 타임스퀘어 공개 공연, 최유리 단독 콘서트, 튠업 스테이지(최유리, 김제형), 이적 소극장 콘서트, 렛츠락 페스티벌까지. 아마 검정치마 콘서트와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도 가지 않을까 싶다. 고민해 봤는데, 나는 순간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 바로 그 순간에 소중함을 느낄 때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따라서 나의 이러한 노력은 바꿔 말하면 행복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하나는 클라이밍, 다른 하나는 야구 관람. 클라이밍은 지난 3월에 등록한 이후 꾸준히 하고 있다. 이제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근육 돼지가 되거나 살을 더 빼야 하는데, 둘 다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이다. 야구는 총 네 번 보러 갔는데, 1승 3패로 승률이 25%밖에 안 된다. 그래도 1승을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거뒀으니 나쁘지는 않다.
나에 관해서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고 있다. 나이가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20대 중반의 끝자락에서 나에 관해 몰랐던 걸 알게 된다는 건 참 묘한 일이다. 첫 번째는 내가 되게 날카로운 사람이라는 거. 난 내가 예민할지언정 날카로운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상당히 날카로운 사람이라는 걸 일련의 과정 속에서 깨닫게 되었다. 친한 형이 이제야 알았냐고 할 정도. 그래도 반대급부로 섬세함을 얻었으니, 둥글둥글하고 둔할 것이냐, 날카롭고 섬세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한쪽을 택하게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련다. 두 번째는 내가 완벽주의자라는 거. 나는 사실 게으른 사람이다. 눕기 위해 일을 한다. 보통 사람들이 능률 하락을 겪는 네 시 무렵이 되면, 나는 외려 능률이 올라간다. 퇴근을 해야 하기에. 그래서 나는 내가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고, 일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근데 그런 것치고 너무 꼼꼼하고, 또 결점 보완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직 부족한 부분을 모두 목록으로 만들고 그걸 지워나가는 것 자체가 완벽주의 성향이구나, 나는 그럼 고등학생 때부터 완벽주의자였구나.
재미에 관해 고찰했다. 아, 결국 모든 게 재미있는지 없는지로 갈리는구나, 그게 바로 '쾌'고 '행복'이구나 하는. '얼굴이 재미있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떤 사람은 얼굴을 통해 재미를 주고, 어떤 사람은 능력을 통해 재미를 주고, 또 어떤 사람은 언변을 통해 재미를 주고. 혹은 함께 있는 그 시간 자체가 재미있을 수도 있고. 꼬리를 물어 나는 재미있는 사람인가, 나는 언제 재미를 느끼는가 고민한다.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
취업을 준비한다. 근데 이 말이 언뜻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 '취업'의 의미는 '업을 얻다'. 그렇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취업 중인 거 아닌가? 근데 또 취업 중이라고 하는 말은 몇 번 못 들어본 것 같다. 취준이 입에 착 감기어서 그러나. 지속 가능한 지구에 기여하고 싶다. 기후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단다. 우리의 계절들은 어디로 가나.
때로는 외로움을 묵상하고, 때로는 탓할 곳을 찾는다. 그리고 글을 쓴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부질없는, 풀려버릴 매듭짓기라는 걸 다시금 알게 될 뿐이다.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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