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치밀하게 설계된 정답 없는 퍼즐.
경기를 일으키고 싶을 정도로 거부감이 드는 말 중에 "영화는 메시지"라는 말이 있다. 그건 마치 "노래는 가사"라는 말과 마찬가지이다. 영화에는 이야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그것을 드러내는 시각적 이미지, 이와 조응하는 사운드, 이로써 전달되는 메시지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그 요소 하나하나가 얼마나 훌륭하고, 서로 얼마나 정합하는지가 좋은 영화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음치 박치의 보컬이 좋은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고 그 노래를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듯이, 단지 메시지가 좋다고, 또는 메시지가 좋지 않다고 영화가 좋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관점에서, <괴물>을 훌륭하게 만드는 건 메시지만이 아니라는 점을 주지하며 시작하고 싶다. 깊이 있고 무게 있는 탓에 어쩌면 충분히 새롭지는 못한 메시지가 치밀한 작법과 연출을 만나, 우리의 뇌리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오는 것. 진실과 천진함에 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 <괴물>이 가지는 힘일 테며, <괴물>이 비로소 훌륭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