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우리의 모든 선택이 이기는 선택일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이기든 지든 그 승부를, 곧 그 선택을 즐기는 것이다.

<머니볼>
<머니볼> 中

종종 “You’re such a loser, dad. Just enjoy the show.”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찾아보며 묘한 위로를 얻곤 했다. 그 위로의 기제를 찾고 싶어 며칠 전 영화를 다시 돌려봤다.

사실 이 영화를 가장 처음 봤던 중학생 시절엔 감흥을 느끼지 못해 중간에 꺼버렸었다. 나이답게, 치열한 승부를 다루는 영화이길 기대하며 봤던 것 같다. 

하지만 <머니볼>은 애초에 그런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관점에서 승리와 패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 빌리 빈은 승리만을 좇는 인물이다. 구단에 돈이 없어 좋은 선수를 뺏기는 처지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승을 좇는다. 구단주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여의치 않자 돈 없이도 이길 방법을 찾는다.

승리에 대한 그의 집착은 경기 중 구장에 방문하지 않는 징크스에 잘 드러난다. 그는 팀이 위업을 달성할 수도 있는 경기에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부침을 딛고 20연승이라는 바로 그 위업을 달성한 그때마저도 그는 “우승하지 못하면 의미없다”고 말한다.

영화의 말미, 승리에 대한 그의 집착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주어진다. 우승이 좌절되었음에도 그의 앞에는 오히려 더 큰 팀으로의 이적 제안이 놓인다.

이 영화의 마지막 몇 장면은 그가 내리는 선택의 이유를 우리에게 암시하며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겨 놓고도 이겼다는 사실을 모를 때가 있다. 야구의 역사를 말할 때 빌리 빈은 빠지지 않고 언급될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가 바라던 종류의 승리는 아니었을지언정, 그는 이미 위대한 승리를 거둬낸 인물이다. 우리는 이미 어떤 면에서 승자다.

더 중요한 건, 모두가 때로는 승자고 때로는 패자라는 사실이다. 인생을 야구에 비유하고는 한다. 다른 스포츠도 그렇지만, 특히 야구는 시즌의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모든 선택이 이기는 - 이긴다는 게 무언지를 떠나 - 선택일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이기든 지든 그 승부를, 곧 그 선택을 즐기는 것이다. 이겨놓고 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기든 지든 상관없는 승부에 들어가는 것, 또는 그렇게 해석해내는 것이다.

그는 ‘루저’다. 스탠포드에 갈 기회를 걷어차고 도전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선수로서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했다. 단장으로서 성과를 보이지만 팀의 우승은 요원하기만 하다. 영화의 시점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위너’다. 부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승자로 살 것인지 패자로 살 것인지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달려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