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1스타

One MICHELIN Star is awarded to restaurants using top quality ingredients, where dishes with distinct flavours are prepared to a consistently high standard.

미슐랭 1스타
Photo credit: Damien Paeng

엄마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다. 난 어릴 때부터 살기 위해 먹는다고 하지 않고, 먹기 위해 산다고 했다고. 나쁘지 않은 수준의 인내심과 자제력을 가진 내가 쉽게 통제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식욕이니, 그 말은 분명 지금의 나에게까지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 고급스러운 무언갈 먹는 데에 높은 가치를 두는 건 아니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라 해봐야 집 앞 단골 식당에서 파는 김치찌개, BHC 뿌링클, 서울대입구역 만석곱창, 광장시장 부촌육회 정도 등이니. 투르네도 로시니에 로마네 콩티를 페어링 해서 먹고 싶다거나 하는 욕심은 없다.

그런 내게 무슨 복이 왔는지, 최근 약 한 달여간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을 가볼 기회가 세 번이나 생겼다. 이전에 가본 고급 식당은 <스시 장종현>, <BLT 스테이크>,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정도가 전부였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이 소회를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1. <무오키> (Seoul)

우선, <무오키>가 뒤에 나열될 두 개의 식당을 포함한 세 개의 식당 중 가장 비쌌고 가장 맛있었다. 두 명이 점심을 먹는 데에 약 30만 원 정도 들었으며, 이는 하나의 코스에만 전복, 한우를 추가한 금액이었다.

<무오키>가 다른 점은 맛의 깊이와 식감이었다. 가령 전복의 경우 위의 메뉴에 적혀있는 대로 Abalone & Kombu cream sauce와 함께 서빙되었는데, 그 소스가 사라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엄청난 감칠맛을 갖고 있었다. 근데 그 감칠맛이 겉돌거나 인위적이지 않았다. 접시 위에 올려진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

식감에 신경을 썼다는 사실 역시 알 수 있었다. 한 입 크기로 서빙된 타코, 그 겉의 바삭함, 그리고 그 속의 아삭함과 부드러움 등, 대부분의 메뉴에서 두 가지 이상의 식감, 그리고 그 식감 사이의 조화를 찾을 수 있었다.

메인은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 좋았다. 아주 조금 짜긴 했는데,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고, 저 위에 올려진 대추가 어쩜 그리 맛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고기의 굽기 상태나 육향, 소스의 감칠맛, 접시 위 요소들의 조화 등이 아주 훌륭했다.

종합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도대체 무얼 위해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이런 식당에 한 달에 한 번 올 수 있는 삶이 된다면 그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겠나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사치였다.


2. <Sabor> (London)

<무오키>가 가장 맛있는 곳이었다면, <Sabor>는 가장 가성비가 좋은 곳. 욕심 조금 더 내보면 매일 가고 싶은 곳.

식당 이용 경험 자체가 아주 훌륭했다. 예약 없이 Walk-in으로 들어갔는데 대기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매니저와 담당 서버도 아주 친절했다. 처음에는 16 파운드 정도 되는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주문했는데 작아서 식사로는 부족할 거라는 말을 듣고, 큰맘 먹고 32.5 파운드짜리 Crab Rice와 8.5 파운드짜리 상그리아를 시켰다. 서비스 차지 12.5%를 추가해서 총 46.13 파운드(약 76,000 원). 단품 식사 하나와 주류 글라스 한 잔 치고는 비싸지만, 음료를 곁들여 외식을 하면 20 파운드 정도는 기본으로 깨지는 런던 물가를 생각하면 그 퀄리티에 비해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맛은... 그저 미쳤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맛이다. 맛이 3단계로 나뉘어서 들어오는데, 처음에는 샤프란으로 생각되는 향신료의 화함이 입안에 감돈다. 그리고 알맞게 튀겨진 게살을 한번 씹고 음미하면, 그 이후에 밥의 부드러움과 게장 소스의 바다 맛 녹진함이 입을 채운다. 아쉬운 점은 독특한 시작점을 만들어내는 그 향신료가 무언지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다는 점과, 밥과 함께 조리된 찢긴 게살의 맛을 음미하지 못했다는 점 정도. 아마 식감을 잡아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은데, 배고프고 너무 맛있어서 신경을 못 썼다. 함께 주문한 상그리아도 아주 잘 어울렸다.

오픈 키친이라 요리가 준비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돌로 된 식탁에 마커 펜 같은 걸로 주문 내역을 직접 적어주는 것도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미리 예약해 2층에 자리해 보고 싶다.

가난한 여행객에게 허락된 최고의 사치, 정도가 총평이 될 듯하다.


3. <Tầm Vị> (Hanoi)

셋 중 가장 싸고, 가장 아쉬운 식당. 솔직히 어떻게 미슐랭 스타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런던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하노이에서 약 12시간 정도의 레이오버가 계획되어 있었다. 원래 계획은 쌀국수나 한 그릇 먹는 것이었는데, <Sabor>의 감동을 잊지 못해 혹시나 하노이에 미슐랭 레스토랑이 있는지 찾아봤고, 마침 이번 6월에 처음으로 베트남 레스토랑 몇 곳에 미슐랭 스타가 수여되어 방문할 곳을 정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예약 없이 방문했는데, 10분 정도 기다리니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장소는 굉장히 정갈했고, 에어컨이 나오고 있어 덥지도 않았다.

돼지갈비찜 하나, 미슐랭 가이드에 명시되어 있는 시금치 게살국 하나, 흰쌀밥, 사탕수수 옥수수 음료 한 컵, 맥주 하나를 주문했다. 다 합쳐서 392,000 동(약 22,000원). 양은 충분히 많았다.

맛은 조금 많이 아쉬웠다. 일단 돼지갈비찜의 경우, 한국에서 먹는 갈비찜보다 맛의 층이 더 많거나 맛의 깊이가 더 깊다고 보기 어려웠다. 평이한 간장 베이스의 짭조름한 국물. 그리고 먹는 데에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잘 만든 갈비찜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질겼다. 오히려 장조림에 가까운 느낌? 시금치 게살국의 경우 내게는 너무 느끼해서 여러 번 먹기는 힘들었다. 쌀밥은 그냥 무난했다. 다만 사탕수수 옥수수 음료수가 맛이 아주 묘했다. 옥수수 특유의 향기와 사탕수수의 달콤함이 아주 잘 어울렸다. 맥주는 그냥 맥주. 종류도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이만한 가격에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을 경험해 보는 게 어디인가 싶다가도, 차라리 푸꾸옥 시장에 있는, 내가 먹어본 모든 쌀국수 중 가장 맛있는 쌀국수를 내놓았던 그 쌀국수 집이 더 낫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약 하노이에 또 가게 된다면 다시 방문해 볼 것 같긴 한데, 맛있어서라기보다는 정말 이런 맛으로 미슐랭 1스타를 받았던 건지 아니면 내가 비정규적인 경험을 했던 건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가 될 것 같다.


딱 한 번 먹어본 어떤 음식의 맛과 향을 아주 온전히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떠올릴 수 있는가? 적어도 나에게는 이것이 쉽지 않다. 아마도 반복 입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위에 적어놓은 맛들조차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날 뿐이다. 그것도 먹으면서 "이건 기억해야 하는 맛"이라고 안간힘을 썼기 때문에 겨우 가능한 것.

미식의 경험들 후에 내게 찾아온 큰 변화는 없고, 여전히 파인 다이닝은 맛보다는 하나의 이벤트로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복적으로 숙고가 깃든 음식들을 맛보고 이를 장기 기억으로 전환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먹는다는 행위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 미슐랭 3스타에 방문할 날이 오길 바라며.


이 글이 좋았다면 커피 한 잔 값으로 그 마음을 표현해 주세요.
작은 격려가 다음 글을 쓰는 이유가 되어 줍니다.
후원은 블로그 운영비를 제외하고 전액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됩니다.

커피 한 잔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