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존재>와 <mono>
앨범을 듣는다는 것. 콘텐츠의 길이도, 집중의 시간도, 만남의 지속도, 결국 그 모든 것이 짧아지고 있는 이 사회에서 그 행위가 차지하는 특별한 지위에 관해서.
전부터 앨범 하나를 듣는다는 것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콘텐츠의 길이도, 집중의 시간도, 만남의 지속도, 결국 그 모든 것이 짧아지고 있는 이 사회에서 그 행위가 차지하는 특별한 지위에 관해서.
싱글이 아닌 이상에야 하나의 앨범은 적어도 20분, 평균적으로 4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진다. 이 시간 동안 온전히 음악을 듣는 데에 시간을 할애해야만 '앨범을 듣는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재생 버튼을 눌러놓는 게 아니라, 왜 그 순서로 곡이 배치되어 있는지, 곡과 곡 사이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종국에 이 앨범 전체가 담아내고 있는 서사가 무엇인지 곱씹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취자가 앨범을 듣도록 창작자 역시 노력해야 한다. 앨범 내의 곡 자체도 좋아야 할뿐더러, 그 앨범의 색채가 명확해야 하고, 앨범 내 곡의 배치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음악을 재생시켜놓은 채 그저 듣는 것이 앨범을 듣는 것이 아니듯, 단순히 곡을 모아둔 모음집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앨범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최고로 꼽는 두 앨범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mono>다. 두 앨범 모두 밴드의, 존재에 관한, 5집 앨범이라는 점이 참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