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기탄없는 질주.

<헌트>
<헌트> 中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 '동림'을 찾는 이 영화는 끝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첩보물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볼 엄두가 안 나기도 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즐거움보다 피로함이 앞서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것 없이 긴장감과 그 해소, 그리고 액션의 쾌감을 주는 데에 오롯이 집중한다. 그렇다고 장르적 동력을 잃은 영화는 또 아니다. 끝까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게끔 하는 플롯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가지고 있다.

끝나자마자 본 파이아키아 인터뷰에서 이정재 감독은 메시지를 조금 담았다고, 또 이동진 평론가는 그게 강하게 느껴졌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화면의 톤처럼 조금은 차갑게 담겨있어 되려 더 묵직했던 느낌.

액션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액션은 전반적으로 훌륭했다. 총성, 타격감, 현실감 등 액션의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좋았다. 특히 액션이 도구적으로 쓰인 느낌이 들지 않고, 어떤 도화선에 의해 적절한 시기에 터지는 느낌이 들어 더 와닿았다. "이것 봐,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고 관객에게 외치는 액션신이 아닌, 진짜 영화 속 인물들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들.

재관람을 부르는 영화라는 평도 많은데, 플롯의 복잡도가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집중해서 보면 이해 가능한 수준. 하지만 영화관에서 보라고는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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