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 콘서트장 앞에서 핫팩 팔아 118만 원 벌기
소비재 시장은 방대하다. 장사는 위대하다.

"노상에서 물건을 팔아본 적이 있는가?"
난 이제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스토어에서 치실도 팔아보고 대학생들에게 FastFailer라는 린스타트업 스터디 프로그램도 팔아봤지만, 고객을 직접 마주하고 현찰과 실물의 제품을 주고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군가 내게 "창업할 생각이 있는가?" 물을 때마다 "그럴 생각이 없기도 하지만, 만약 한다면 스타트업보다는 장사를 해 볼 것 같다. 방대한 소비재 시장을 체감해 보고 싶다."고 답하곤 했다. "많은 사람이 스타트업을 더 멋있다고 여기지만, 내게는 장사가 더 위대해 보인다."고 덧붙이며.
메뉴판을 훑는 눈빛, 살까 말까 망설이며 옴짝대는 입, 그러다가 꺼내는 현찰... 그리고 그 현찰이 내 주머니 안으로 들어올 때의 짜릿함. 고작 네 시간 남짓의 이 장사가 이날을 내 인생 가장 특별한 일요일로 만들어줬다.
3월 29일 토요일, GD의 콘서트 <Übermensch>가 열리는 고양종합운동장 근처 편의점과 대형 마트로 핫팩을 찾아다녔다. 전날 다이소에서 샀어야 했는데, 뭐가 필요한지는 고민하지 않고 뭐 입고 갈지만 신나게 고민했던 게 화근이었다. 도저히 3월 끝 무렵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추위에 신경은 곤두서고 콘서트를 즐길 자신은 점점 없어졌다. 하지만 어디에도 핫팩은 없었다. 이미 다 팔렸다, 매대에서 뺐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누구라도 팔아주기만 하면 고마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팔아보기로 했다. 어차피 다음 날 <THE GLOW 2025> 때문에 일산에 또 와야 했고, 쿠팡으로 시킨 다음에 안 팔리면 반품하면 그만이니 - 쿠팡맨께는 죄송하지만 - 리스크는 사실상 0이었다.
15시 45분, 쿠팡으로 핫팩 600개를 시켰다. 총 175,800원. 개당 300원 조금 안 되는 가격. 그리고 세트 구성을 위해 '꿀템' 방석 핫팩을 200개 시켰다. 총 210,650원. 개당 1,000원 조금 더 되는 가격. 드디어 장사를 해 보는구나 설레어 하며, 하지만 핫팩이 없어 추위에 벌벌 떨며 GD를 영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