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삶은 죽음만큼이나 불가지하며, 따라서 그만큼 또는 그보다 더 미쳐있다. 그렇다면 이 미친 세상에서, 이와 조화하는 사람이 미친 것인가, 이와 불화하는 사람이 미친 것인가?

<햄릿>
Photo credit: Damien Paeng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고전은 그런 의미에서 강하다. 그들이 살아남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다. 인간이 인간인 이상 묻게 되는 것들, 강진호 선생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우리가 물어볼 수 있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거나 또는 우리가 물어볼 수 있는 능력을 아예 상실"한 것이 아니라면 공기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부유하게 되는 것들이 그들의 그치지 않는 심장이 되어주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삶과 죽음에 관한 고민으로 우리를 밀어붙인다. 여기서 그 둘은 서로 배반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중첩되어 있다. 살아가는 것은 곧 죽어가는 것. 이러한 중첩 상태는 사실 제목에 이미 담겨있다. '햄릿'은 아버지의 이름이며 동시에 아들의 이름이다. 따라서 그것은 죽은 자와 산 자를, 혼과 육을, 기억되는 객체와 기억하는 주체를 동시에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