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우리가 그때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돌아가지 못할 공간은 없다.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건 시간이지 공간이 아니다.

어떤 한 시간과 작별하는 건 늘 나를 헛헛하게 만든다. 이는 어딘가를 떠나오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가 그때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돌아가지 못할 공간은 없다.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건 시간이지 공간이 아니다.
물론 이 일은 7년 전에도, 그리고 그보다 전에도 이미 몇 차례 겪은 일이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7년 전에는 자유가 앞에 놓여있었다.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른 채로 받은 그 선물을 이리저리 던져보며, 어렴풋하게나마 그 용법을 알아갔다.
이제는 책임이 앞에 놓여있다. 책임은 사용의 객체가 아니다. 우리의 삶이 귀속되는, 즉 우리를 객체로 만드는 그 어떤 주체다. 내가 배워야 할 것은 용법이 아니라 규율이다.
단적으로 뒤바뀌는 것은 없다. 10월부터 이미 일을 하고 있었으니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어스름하게 느껴진다. 어느 순간 모든 게 바뀌어있으리란 것이. 그럴 필요 없지만서도, 괜스레 공기의 무게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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