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설
우리가 그들을 비웃을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나.

오늘 우연히 지구를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설거지하며 오디오만 들었는데, 실소와 함께 설거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그들을 비웃을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나 고민해 보게 되었다.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은 내가 종교인인 탓이 가장 클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특정 종교의 색채는 많이 잃게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신을 믿고, 그분의 뜻이 있다고 믿는다. 내가 그들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신은 존재의 입증과 반증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지구가 둥글다는 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에 다른 걸까?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절대적 사실인가?
그저 제각기 다른 돋보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뿐인 것 같기도 하다. 혹자는 신을 믿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으며. 또 누군가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만을 믿으며, 또 누군가는 과학과 형이상학의 경계는 없다고 믿으며. 만약 그렇다면, 다른 돋보기를 들고 있는 누군가를 힐난할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다름’을 ‘틀림’으로 확정할 수 있는 근거가 도대체 있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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