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목적과 당위가 불분명한, 아예 없다고까지 볼 수 있는 주인공 둘의 '탈영병 좇기'라는 전에 없던 독특함을 준다.

군필자로서 넷플릭스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D.P.>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어제 퇴근길에서부터 자기 직전까지 계속 봤고, 오늘 오후에 마저 봄으로써 시즌 1 정주행을 마쳤다. "완벽하다, 대한민국 장르물의 한 획을 그었다"라고 보기까지는 어렵겠으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논산훈련소에서 인터넷 편지가 출력되어 전달될 때, 편지지 우하단에 "엄마의 품에서 국가를 품으러"라는 문구가 찍혀 나온다. 그 문구를 생각해내신 분들께서는 기가 막힌 문구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그 문구를 볼 때마다 내가 왜 국가를 품어야 하고, 도대체 내가 품는 국가란 무엇인가 생각하곤 했다. '엄마의 품'이라는 용어에 관한 생각은 덤.
드라마 중간에 "군대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쓰고 있는 수통에 1953년이라고 적혀있다"라는 대사가 나왔었다. 군대가, 또 국가가 강요하는 국가관이 바뀌지 않는 수통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1953년엔 내가 지키고 있는 국가가 무엇인지 비교적 명확했다. 국가란, 더 생각할 여유도 없이 내가 목숨 걸고 지키고 있는 그것이 바로 국가였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났다. 대관절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에 위협을 주는 것이 대내적 혼란인가, 대외적 적국인가? 만약 내 가족이 전부 외국에 나가 살고 있다면, 내가 굳이 이 나라를 지켜야 하는가? 또 내가 외국에 나가 살고 있다면, 굳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쳐야 하는가? 국가의 일원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런 생각에 닿게 되면, 작품 속 탈영병들을 마냥 잡혀야 마땅한 범법자라고만은 볼 수 없게 된다.
<D.P.> 속의 탈영병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탈영한다. 그냥 군대가 싫고 인성이 나빠 탈영병이 된 사람도, 부대 내 부조리가 너무 심해서 탈영병이 된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전자가 악이고 후자가 선인 것은 아니다. 도대체 왜 가야 하는지 모르는 곳에, 도대체 뭔지 모를 국가라는 존재에 의해 끌려간 사람들이 그곳으로부터 탈출한 게 악이나 죄가 될 수 있을까?
이러한 맥락은 주인공들을 굉장히 특색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들 역시도 탈영병들을 악인이나 죄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대에서 상급자가 시키니까 열심히 한다. 목적과 당위가 불분명한, 아예 없다고까지 볼 수 있는 주인공 둘의 '탈영병 좇기'라는 전에 없던 독특함을 준다.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고뇌하게 만든다.
주조연 가릴 것 없는 열연은 작품을 한 층 더 뛰어나게 만들어준다. 원래부터 잘 알고 있던 정해인, 김성균, 손석구는 물론이고 이름은 들어봤으나 이번 작품으로 처음 보게 된 구교환, 찐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조현철, 3화에서 엄청난 아우라를 풍긴 원지안 등등 앞으로 더 자주 보고 싶은 배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결국 이 드라마의 본질은 '탈영병 잡기'다. 이 골조 위에 교훈이나 액션, 연기력 등이 얹히는 거다. 근데 쉽게 잡을 걸 어렵게 잡는다. 차가 막힐 때 오토바이 퀵이라도 부르는 간절함도 없고, 타겟이 되는 사람의 집에 가서 대기를 타는 기본적인 전략도 없다. 추적할 때 쓰는 IT 기술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그 의의나 과정을 알 수가 없다.
폭력성이 짙은 것도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나라한 수위로 묘사됐고, 굳이? 싶었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고어물 수준까지는 아니고, 잔인한 걸 못 보는 나도 두 눈 뜨고 몰입해서 봤으니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총평하자면, 탈영병 잡는 군인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국가 권력에 의해 은근한 방식으로 자행되는 폭력, 군대 내부의 부조리와 바뀌지 않는 현실 등을 잘 담아낸 <D.P.>는 주제의식과 소재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한 작품이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 소소한 웃음, 잘 짜여진 액션 등이 더해져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