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양자역학, 새 시대의 형이상학.

<부분과 전체>
Solvay Conference 1927

어느 장르의 어떤 작품이든, 두 개의 항이 연언되어 제목을 이룰 경우 그 두 항의 관계가 작품의 핵심이 되곤 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두 개의 항은 상호 배타적이고 집합적으로 완전(MECE,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하다. 달리 말해, 제목이 만약 <P와 Q>라면, P(P∩Q)=0 & P(P∪Q)=1일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럴 때 P와 Q는 작품이 다루고자 하는 세계의 두 가지 대립적 구성 원리로 작동한다.

하지만 <부분과 전체>에서 ‘부분’과 ‘전체’는 서로 그런 관계를 이루지 않는다. 그 둘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부분을 P, 전체를 Q라고 놓을 때, 둘의 관계는 P⊂Q & P(Q)=1로 표현된다. 역자의 해제에도 적혀 있듯,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 왜 <부분과 전체>인지에 관해선 “하이젠베르크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는 한 …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윤슬이 일렁이는 수평선 위로 희미하게 떠오르는 아침해와 같은 심상이 마음속에 피어난다.


이 책에는 크게 두 가지 층위의 ‘부분과 전체’가 있다. 첫 번째는 물질적 세계 전체와, 그 부분으로서의 미시적 세계다. 이 물질적 세계는 다시 다른 층위의 한 부분이 되는데, 그를 담고 있는 전체는 바로 존재하는 세계 전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이젠베르크가 연구한 양자역학은 상당히 독특한 지위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