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는 일상> 집필 1주 차
가능성을 증명할 기회는 곧 가능성이 반증당할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로지 그것, 곧 반증될 가능성으로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카테고리는 일상> 집필 시리즈 일람
누군가에게 주는 쪽지에, "글을 쓰는 건 스무 살 무렵부터 항상 희망이자 두려움이었"노라고 쓴 적이 있다. 글짓기는 그 어떤 배설이자 승화로서 희망을 주는 동시에, 가닿지 못함의 두려움을 배태하고 있었다. 이렇게 양가적임에도 꾸준히 썼다. 쓰고 또 썼다. 블로그에, 인스타그램에, 메모장에, 일기장에. 작가가 되는 훗날을 꿈꾸며.
그리고 마침내, 원하던 때가 도래했다. 나에게 집필 기회가 주어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찾아 나선 것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우연찮게 접하게 된 작가 모집 공고에 지원한 결과로 이 기회를 얻어낸 것이니.
내가 써야 할 글은 가상의 증후군을 다룬 전시의 도록에 들어가는 소설이다. 글의 목적은 이 가상의 증후군을 조금 더 쉽게 풀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 이런 유의 작업은 처음인데, 다행히도 종전에 좋은 소재가 될 거라 생각해 적어두었던 것과 상기한 목표가 어느 정도 합치해, 그 내용으로 글을 쓰기로 했다.
지금은 캐릭터, 내용, 시놉시스를 명료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민이 되는 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쉬운 글을 쓸까?'이며,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해야 캐릭터가 도구적으로 사용되지 않을까?'이다.
글을 무진 잘 쓰는 게 아니라서 이런 생각을 내보이기 겸연쩍지만, 사실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하며 잘 쓰인 글 같은 인상을 주는 건 쉽다고 생각한다. 나도 자주 그러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단어들이 놓인 훌륭한 이야기야말로 진짜 잘 쓴 글일 테다. 마치 헤밍웨이의 그것처럼. 그러나 당연히도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쓸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캐릭터가 생동하게 하기 위해서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야기에 있어, 사건보다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건이 주는 함의의 끝에, 그래서 왜 그 사건이 벌어졌고 그 함의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는 오직 인물의 정당성을 통해서만 설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글은 글 자체가 도구적이다 보니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구축하기에 조금 어려운 상황이다.
어쨌든, 이렇게 쓴 글은 10월 말에 출판된다. 출판사를 통해, ISBN을 달고. 신춘문예 등단은 아니지만, 작가로서의 첫걸음이라고 칭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이 일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늘 꿈꾸던 일이지만, 가능성을 증명할 기회는 곧 가능성이 반증당할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로지 그것, 곧 반증될 가능성으로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기꺼운 마음으로 마지막 한 자까지 적어내려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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