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조건
우리의 욕망 하나하나는 각각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제약조건이다. 자유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제약조건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10월 경, 독서모임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각자가 가진 욕망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었다. 나는 줄곧 "인간에게 궁극적 욕망으로 허해진 것은 자유뿐이다. 모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만이 궁극적 욕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세상의 진실을 반영한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이 관점이 '자유함'에 이르기 위한 비교적 단순하고도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한다고는 생각한다: 우리의 욕망 하나하나는 각각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제약조건이다. 자유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제약조건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한 해 동안 세 개의 회사를 거쳐 다시 야인이 되었다. 따로 다루겠지만, 앞으로의 1년에 대해 '고용주가 되거나, 고용주에 대한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끼거나'를 정성적 목표로 잡았다.
나는 이 상황을 종종 "창업으로 내몰렸다"고 표현한다.
하고 싶은 사업과 살고 싶은 방향이 있어 회사를 나온 건 맞지만, 내게 사업가적 기질이 있는지, 돈을 스스로 벌어낼 능력이 있는지, 나와 남에게 떳떳할만큼 열심히 일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가득하다.
나는 누구보다 직장인이고 싶다. 근데 결국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으로 나 자신을 추동했다.
원대한 사업은 그려지지조차 않는다. 내게 연에 2억 정도 (비교적) 쉽게 떨어지는,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 같은 사업을 찾는다. 그런 사업은 주위에 넘쳐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아, 나는 사업 보는 눈이 진짜 없구나'하며 더 의기소침해진다.
그러다 Elon Musk나 Alex Karp의 인터뷰 영상을 본다. 그들을 지지하는지, 또 얼마나 지지하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그런 큰 꿈을 가지는 사람은 나와 무엇이 다른 건지 생각하게 된다.
부끄럽거나 열등감을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불편함이 있다. 저 뒤에 무언가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나의 가능성을 막는 기분.
그러다 몇 가지 사건과 대화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돈에 대한 욕망이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제약조건이다. 이것을 풀지 못하면 다음 욕망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 뒤에 '위대함(이라는 가치를 애당초 믿지도 않는 것 같지만)'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욕망이 따라붙을지 확신은 없다. 더 큰 돈을 원하게 될 수도 있고, 갑자기 정계로 진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일단은 돈이다. 아주 큰 돈도 아닌, 딱 연에 2억 정도의 현금 흐름. 그 정도는 내가 언제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 또 안전감을 가지는 것.
'고용주가 되거나, 고용주에 대한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끼거나'가 정성적 목표라면, 2026년 12월에는 내 개인의 MRR이 2,000만 원이 되는 것을 정량적 목표로 삼고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소박하다면 너무 소박해서 공개적인 글로 올리기에 조금의 부끄럼까지 있다. 하지만 돈에 대한 자격지심과 조바심을 없애는 것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앞단의 일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뿐이다.
이 글이 좋았다면 커피 한 잔 값으로 그 마음을 표현해 주세요.
작은 격려가 다음 글을 쓰는 이유가 되어 줍니다.
후원은 블로그 운영비를 제외하고 전액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