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후기
휴식에 대해 지금의 내가 단언할 수 있는 건, 그냥 휴식 그 자체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현상유지면 감지덕지고, 퇴보할 수도 있다. 발전의 발판이 되지 않을 수도, 2보 후퇴를 시작하는 1보 후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휴식이 필요할 때 휴식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행복을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지난 4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4개월이었다. 그래서 이 감상을 꼭 글로 남겨놓고 싶었다. 일기장에 써도 되지만, 주변에 휴학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아서 휴학 권장글을 겸해서 써본다.
애초에 이번 학기를 휴학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했지만, 공연 준비가 바빠 휴학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공연이 끝났고, 이미 갈릴 대로 갈린 멘탈은 몇몇 크고 작은 일들 탓에 거의 소멸되었다. 그렇게 4달 하고도 꼭 이틀 전, 휴학계에 싸인했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못한 채 맞은 휴식이었다.
사실 나는 이 기간을 방학이라고 여겼다. 지난 1년간 방학이 없었던 나의 첫 방학. 하지만 그래서인지 “쉰다는 것”은 마치 “글을 쓴다는 것”이 그랬듯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불안했고 불편했다. 계획이 없었기에 더욱, 마치 책의 중간 한 페이지를 아무 의미 없이 백지로 채우는 것만 같았다.